그 날 이후 : 사르코지에 대한 단상

                              "열이 너무 높아요"
                               "프랑스는 다시 제자리에 돌아올 수 있을까요"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탉 모자를 쓴 여자는 프랑스에 대한 은유, 온도계가 가리키는 53.06은 사르코지가 얻은 결선 투표 지지율이다. 정상적인 온도 37.5도가 사르코지에게 적정한 지지율이었다는 말. 고열의 프랑스는 제 온도로 회복될까?

1.사르코지와 세골렌의 대선 주자 텔레비젼 토론, 사회자는 마지막으로 두 후보자에게 3분의 시간을 준다. 세골렌은 다시한번 스스로 네 자녀의 어머니로 자신을 소개하며 지켜야할 사회적 가치들을 인용한다. 기회의 평등에 기반한 사회적인 안정이라는 전통적인 사회당의 기조를 강조한 세골렌에 이어 사르코지는 "나는 행동(action)을 믿는다."는 말로 마지막 담화를 시작한다. 

기존 골리즘 (아스테릭스 만화가 잘 보여주듯 프랑스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대한 자부심을 강조하는 태도. 드골주의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위대한 프랑스, 귀한 존재인 프랑스에 대한 예찬은 여기에서 연원한다. ) 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던 사르코지는 "프랑스 우파의 이데올로기를 갱신"하는데 성공한 최초의 전후세대 우파 리더로 평가받는다. 이전에 프랑스 우파들이 "낡은 정신"을 상징하고 이에 도전하는 사회당 및 좌파 세력이 보다 현대적인 자세를 상징했다면, 사르코지가 유권자에게 설득해낸 것은 사르코지와 함께 프랑스는 혁신할 것이라는 점, 좌파의 이데올로기가 더 고답적이라는 점에 대한 강조다.

2/ 무엇이 사르코지를 새롭게 하는가, 그 많은 적대감("사르코지 이외에 누구라도!") 과 반박에도 불구하고 그는 강력한 대중에 대한 파워를 보여준다. "나는 당신들을 배반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약속을 지킬 것이다."라고 사르코지는  승리 이후 콩코드 광장에 운집한 우파 지지자들에게 연설했다. 우리는 사르코지가 "행동을 믿는 자"이고 불도저같은 사람이며 토론과 협상보다는 설득과 추진에 능한 사람임을 알고 있다. 그에 대한 열광은 늘 이 "속도"와 "효율성"에 대한 그의 단호함, 그의 카리스마에 대한 열광이다.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는 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에 대해 질문하는 대신, 어서 가려고만 한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들 비판자들을 어디로 나아가야할지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겹게 원론을 이야기하는 대신 이제 나아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르코지의 이야기를 듣는 데 열중하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새롭거나 뚜렷한 길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 좌파의 패착이다. 

프랑스의 위기를 말하는 이들은 누구나 프랑스의 노화를 두려워하고, 역동성에 대한 상실, 정치적이거나 경제적인 답보를 염려한다. 박정희의 개발 독재도, 군대의 학살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밀어붙인 개발들이 수십년 후 보여주는 폐해들도 경험해보지 못한 프랑스 국민들은 지금 (토론보다) "행동을 믿는다"는 사르코지의 태도를 참신하다고 느낀다. 울트라 자유주의 내지는 권위주의를 경험하며 성장했던 70년대 남한산인 내가 그들의 열광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3/아이러니하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사르코지는 역사상 가장 지적이지 않은 인물임에도 대통령이 되는 데에 성공한 인물이다. 드골은 군인 출신이었지만 대단히 뛰어난 문장가였고, 그의 회고록은 문학적으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미테랑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었더면 작가가 되었으리만큼 뛰어난 문인이였고 몇 권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죠스팽은 문학적인 면은 차치하더라도 그의 지적인 면모에 대해 회의하는 사람을 찾을 수 없다. 대게의 고위 정치인들은 자신의 역사적이거나 문학적인 식견을 과시하는 책을 저술하곤 하는 것이 이곳의 풍토다. 그러나 사르코지의 저서는 그의 정치 프로그램에 대한 저술이 전부다. 사람들이 말하는 데로 그는 텔레비젼을 보며 성장한 첫번째 세대의 대통령이고 그의 담화들에 지적인 인용들이 끼워 넣어준 귀도 같은 참모가 없었더라면 까다로운 프랑스 일부 유권자들의 구미에 맞지 않았을 테다.

사사로운 이야기로 그의 아내는 전직 모델 출신이고 단신의 사르코지에 훨씬 늘씬한 미인이다. 역대 퍼스트 레이디 중 가장 미인일 거라고들 한다. 사르코지를 만나기 이전 대단히 인기있는 서른살 연상의 방송 진행자와 결혼했다 두 딸을 낳고 사르코지를 만나 그를 떠났던 그의 아내 세실리카 사르코지는 작년 쯤엔가 다른 사업가에게 사랑이 빠져 사르코지를 잠시 떠났다는 옐로우 저널의 보도도 있었다. 다만 정치인의 사새활과 그들의 정치적인 활동이나 역량을 연결시키는 것을 부조리하게 생각하는 이 곳의 풍토상 이들의 생김새니 사생활이 선거전에서 이야기거리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전 세계를 누비며 인권운동을 하던 대단한 여인이었던 프랑소와 미테랑 전 대통령의 아내 다니엘 미테랑의 모양새와 사르코지 일가의 모양새는 다르다. 이 것이 도덕적으로 어떠하다는 케케묵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르코지의 입지전적인 성공은 여러 면에서 팝적이고, 전투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4. 그렇지만 그의 등장이 프랑스를 단숨에 뒤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추측과 상상이야말로 가장 허무맹랑한 것이다.  좋건 싫건, 이 곳은 제도에 겹겹히 포개어 쌓여진 나라니까.  

5. 보너스 스파이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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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위 | 2007/05/07 19:48 | 먼 곳에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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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ntcondtn at 2007/05/07 23:19
결국 걱정했던 결과가 현실화됐네요..
그렇다고 사회당이 이끄는 프랑스가 낫겠다고 생각했던건 아니지만요...
그동안 올리신 포스팅 흥미롭게 잘읽었습니다 ^^

Commented by 키위 at 2007/05/08 19:29
mintcondtn/어제 밤 시내를 걸어다니는데 길거리 곳곳 가판대마다 사르코지 얼굴이 표지를 장식한 잡지 포스터로 도배가 되어있었어요. 생각보다 섬칫하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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