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일요일, 일요일

저는 매일 매일 동네를, 서울 곳곳을 두리번거려요. 물론, 오랫만에 한국에 돌아와 사는 것이지만, 그래도 유학가기 전 삼십년 동안 서울에서 이십년을 살았는데, 서울이 변하기도 변했고, 내가 서울을 제대로 둘러보고, 바라보고, 느끼지 못했다는 것을, 오랫동안 파리를 둘러보고, 걷고, 살피고, 사랑한 후에야 깨달았기 때문이지요. 여하튼, 매일 두리번거리며 살피다가 놀란 것 중 하나가 맥도날드 앞에 주차되어 있던 노란 오토바이. 세상에, 패스트푸드 배달 서비스라니. 피자와 스시 (거의 중국인들이 겨냥하는) 집을 제외하면 배달 서비스가 전무한 프랑스에 살다와서이기도 하지만, 저 낮은 단가의 패스트푸드가 배달 서비스를 한다면, 저 배달 서비스 노동자의 임금은 과연 얼마일까, 아무때나 아무렇게나 먹는 정크 푸드조차 집으로 배달을 시켜 먹어야 하는 사람들의 운동부족, 서비스 의존성이 염려되고, 이 땅이, 타인의 서비스에서 서비스하는 인간의 노동의 조건에 대한 근심따윈 자리잡을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있는 서비스의 왕국이며, 아마 언제까지나 저임금 노동은 계속될거라는 생각이 들어 놀랍고 우울했어요. 
그런데 맥도날드가 24시간 영업을 하는 것은 몰랐는데, 관련 기사가 오마이뉴스에 연재되는 것을 보고, 저 24시간 영업이나 패스트푸드 배달이나 같은 논리이며 같은 결과를 가져오겠구나 싶었습니다. 

최근 프랑스 -일요일 영업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에서 일요일에 특별히 문을 열 수 있었던 가구매장들에 대해 다시 일요일 영업금지 명령이 내려진 것을 두고 말이 많데요. 이와 동시에 그나마 10시까지 문을 열던 도심 슈퍼 모노프리의 영업 시간도 8시 쯤으로 단축된다고 하네요. 이 소식을 일벌레 남편이 전했어요. "모노프리가 문을 8시쯤 닫으면, 난 정말 곤란한걸. 장을 볼 수 없어"
이 말을 듣고, 제가 이 맥도날드 배달서비스와 영업시간에 받은 충격을 전했어요. 24시간 영업이 비일비재한 한국에서 어떻게 생활의 리듬이 고도로 자본주의화되는가, 사회적 관계의 구축 방식이 변질되는가 -한국에서 제가 느끼는 것은요, 어린 아이들조차, 소비를 하지 않고는 외출을 하지 못해요. 대학생들도, 더이상 잔디밭에 앉아 술을 마시지 못해요. 반드시 서비스가 제공되는 상점 안으로 들어가야지 놀 수 있고 무엇인가 할 수 있는 문화가 되어왔어요. 이게 참 당연한 것 같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집으로 친구를 불러 놀고, 공원에서 피크닉을 하며 만나는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적 차이는 '정서'의 차이가 아니라 자본이 일상의 행동 방식을 얼마나 깊숙히 통제하고 있는지, 그 정도의 차이일지도 모르거든요 - 역설했어요. 잘 생각해봐라, 난, 한국의 이 노동의 문화, 여가의 문화, 인간 관계의 문화 모두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고 신랑에게 한 밤 격정토론했습니다. 
SBS 특파원이 이 문제와 관련해서 좋은 기사를 썼네요.   
텔레비젼 뉴스에는 아주 간략하고 약간 선정적인 보도가 나간반면, 월드리포트엔 좀 더 균형잡힌, 좋은 기사가 나갔습니다. 

그래서 2008년에 제가 일요일 근무가 논쟁이 되었던 프랑스에서 받았던 충격에 대해 적은 예전 블로그 글을 비공개에서 다시 꺼내 링크합니다. 

일요일에 일하십니까

지난 여름 프랑스 남쪽 비아리츠 도서관에 자주 가서 책을 읽었었는데요. 도서관 직원이 자기 사무실 벽에 
"더 많이 읽기 위해, 더 적게 일하자"라는 슬로건을 붙여 놓았더라구요.
이 슬로건은 지난 대통령 사르코지의 슬로건 "더 많이 벌기 위해, 더 많이 일하자"에 대한 일종의 패러디예요.

각박하고, 지치고, 생각할 시간 없는 한국에서, 4대인지 6대인지 사회악은 도박이며 알콜이며 게임 중독이 아니라
도박이며 알콜이며 게임에서만 낙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몰아부치는 미친듯한 삶의 방식이예요.
"피곤해서 어려운 영화 못 보겠어요"라는 말을 제가, 정말 수없이 들었습니다. 
롤러코스트 같은 일상 속에 어떤 성찰, 부드러운 감성, 인류애를 기대할 수는 없으니까요, 사람들이 문화를 향유하지 못하는 것은, 
도박을 쫓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은, 이 사회가 지닌 어떤 병리적인 모습 때문이예요. 그러니 돈중독부터 치유합시다. 
돈중독이 되지 않도록 줄 세우기 좀 그만 합시다. 문화를, 영화를 공부했는데, 문화를 영화를 이야기하려니, 이 땅에서 눈물겨운 삶이 너무 많아서, 정말, 어렵습니다. 
by 키위 | 2013/10/10 00:03 | 세상 산책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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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13/10/10 15:4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키위 at 2013/10/10 16:43
네 정말 쉽지않아요. 그래서 저는 삶을 이야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나봐요.실컷 이미지 분석 공부하고나서. 그렇다고 아이러니 판치는 급진적 예술이 절 또 고개 끄덕이게 하니하면 것도 아니고. 것들도 직설적이기만해서. 아 힘들어요.
Commented by Jinny at 2013/10/11 00:23
패스트푸드 배달은 좀 슬프네요 ㅠㅠ
(키위님 오랜만이에요~오랜만에 rss 피드에 새 글이 뜬걸 보고 반가워서^^)
Commented by 키위 at 2013/10/11 01:25
아 지니님, 기억해요. 힛. 슬픈 패스트푸드의 시대에 옛 친구 만나는 느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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