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자국
바람부는 프랑스 북동쪽 브르타뉴 지역, 피니스테르 지방에 작고 오래된 장인 공동체 마을 로크호넝(Locronan)이 있어요. 인사동 거리만한 동네크기, 마을 보전을 위해 관광객 차 진입이. 모두 금지되어있는 마을로 장인들이 운영하는 갤러리와 상점들, 큰 교회,묘지 몇몇 식당, 거주자들의 주택들, 야산의 풍경이 보통 평온하고 가끔은 시끌벅적한 그런곳입니다.

관광객이 많이 드나드는 중앙로와 교회광장 뒤쪽 한적한 경사길을 따라 걷던 나와 신랑은 거의 버려지다시피 했던 작은 예배당이 잡초사이에 다시 복원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때는 팔월이었고 해가 서쪽에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무렵이었어요. 일년내내 기가 오는 브르타뉴에서 그 무렵 드물게 해가 비쳤고, 예배당에 들어서자 오른편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빛이 들어와 작은 공간 이곳 저곳에 영롱한 빛을 남겼어요. 성모상도 무지개빛으로 뒤덮이고 촛대도 그러했습니다.

오래 사람이 오지않았던 작은 방만한 예배당 돌바닥, 나무의자가 영롱한 그 모습을 보고 잠시 감화되었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 하늘의 태양은 다시 구름에 가리워졌거든요.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빛, 그것도 영롱한 빛이었어요. 

치유나 명상, 영적체험이란 것을 찾는 분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저나 제 신랑은 그다지 신비한 순간, 신비가 주는 평화를 찾지않아요, 더구나 이런 단어로 '장사'를 하고마는 사람들은 몰래 모욕하고 싶어하는 편이죠, 그래도 온갖 빛에 뒤덮힌 아주 작은 예배당 돌바닥 위에서 평화, 영적 충만 이런 단어들이 떠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돌들은 역사의 재난의 생존자들입니다. 그 건물을 지었던 이들, 마을 사람들, 버렸던 이들의 흔적입니다, 그 안에 나무의자 몇개가 놓여있었습니다. 
신앙이 있는 자는 이 자리에 앉아 기도하고, 다리 아픈 여행객도 이 자리에 잠시나마 머무를 수 있었어요. 

모두 노란 리본을 달 때, 저는 노란 리본의 염원 검은 리본의 애도, 희망과 분노를 공유하면서도 SNS에서 다른 표정을 가지고 싶었습니다.노란리본은 좀 더 특수하니 차치하고 길거리 현수막에 대한 생각 탓에 제 표정으로 애도하고 싶었습니다. 무슨 무슨 회사와 협회들이 내건 무사귀환 기원 플랭카드들은 여전히 각자의 절박한 소망조차 일사불란한 구호로 통일해야 속이 시원한 '슬로건 사회'의 잔상은 아닌가 의심도 합니다. 더 많은 포스트잇, 메모지, 도화지, 연필, 볼펜, 색연필이 필요합니다. 아날로그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제 각각의 소망 표현이 좋기 때문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두 애도하더라도 각자의 말과 생각이 다른데 흥분한 어떤 분들은 다른 '평범한' 사람의 일상에도 같은 목소리로 울지않는다고 화를 내는 모습도 안타까웠습니다. 떠나보내는 순간, 그 자리의 사람들은 검은 옷을 입지만, 우리가 말하고 분노하고 슬픔을 표하는 이 순간들은 영원한 작별이 이루어지는 공식적이고 텅빈 장례식장의 순간과는 다른 순간이어야 합니다.

저는 이 사진과 이 사진을 찍었을 때의 마음을 기억해냈습니다. 이 사진으로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을 때의 마음을 또 기억하려고 합니다. 기억 없는 사회엔 공감, 지식, 반성, 사람, 사람의 문화는 없다는 생각때문에요.
by 키위 | 2014/04/26 01:39 | 먼 곳에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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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inji IM at 2014/04/29 04:41
여기 꽃 한 송이.
Commented by 키위 at 2014/04/29 21:50
그리고 빛 한 줄기, 같이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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